[전시리뷰] ‘서도호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리뷰] ‘서도호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입력 2026-08-31 19:06
수정 2026-08-3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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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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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부터 신작까지 함께 기억하다
살았던 곳·사라질 장소 탁본으로 남겨
젤라틴 티슈·수제 종이로 만든 드로잉
가족 관련된 사물 담아 만든 재킷 공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자신의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끌어올린 집과 건축,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독창적인 언어로 표현해 온 작가 서도호의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투명한 천을 주재료로 사용해 실제 건축 공간을 재현해 온 서도호 작가의 작업 방식은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뉴욕 현대미술관(MoMA),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모리 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지난해에는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Walk the House’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진행했는데, 한국에서 준비한 이번 개인전은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과 신작들이 더해지며 작가의 예술 세계를 더욱 폭넓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회고전의 성격보다는 서도호 작가의 초기 작품들, 그를 토대로 확장된 예술 세계와 사유, 작업의 흐름 등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라는 것이 큰 매력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발가벗은 기분이라고 했지만, 서도호 작가의 초기 시절 작업들은 그가 30년간 활동할 수 있었던 작품들의 씨앗이기도 했다. 어떻게 발아될 지 몰랐던 것들, 그때부터 지금까지 천착해 온 것들 등 작가가 이번 전시의 시작으로서 중요성을 언급했던 작업들이 ‘시드뱅크’에 모여있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과 몸, 옷, 이동, 공간 등 작가의 관심이 여러 형태로 드러나 있는 이곳의 작품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예술 형성과 전개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전시실의 입구에는 ‘작은문, 서울 성북구 성북동 260-10’작품이 옥색빛의 한옥 대문을 통해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한다. 이 전시실에서는 서도호 작가의 200여점의 드로잉들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특히 젤라틴 티슈와 수제 종이를 활용해 실을 섬유 속에 매립하는 독창적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업은 작품이 가진 특이한 물성과 느낌뿐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서도호 작가 특유의 유머와 감각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4전시실과 5전시실에서는 작가의 대표작과 최근작을 만날 수 있는데 확실한 압도감을 준다. 2012년에 시작된 서도호의 대표작 ‘러빙/러빙’ 연작은 작가가 살다가 떠나왔거나 곧 사라질 장소를 탁본한 것이다. 집안 곳곳에 닥지를 밀착시켜 흑연과 색연필로 오랜 시간을 문질러 남긴 흔적으로 집의 모양을 그대로 만들어 내는데, 나의 몸과 장소가 함께 쌓아오고 지나온 시간을 기록한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의 전시 모습. 2026.8.3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테이트모던 전시에서도 선보인 최근 작업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은 작가가 그동안 살아온 여러 집의 문손잡이와 콘센트, 스위치 등 건축의 작은 요소들을 한 공간에 모은 것이다. 작가는 자주 만지는 물건에는 그 사람의 기운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내 삶의 루틴은 어쩌면 이 작은 것들에서 시작된다는 서도호 작가의 말처럼, 그간의 시간과 장소가 교차하는 하나의 건축적 자서전으로 보여지는 곳이다.
복도 등 공용공간 곳곳에서도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둥지/들’의 경우 여러 도시에 거주했던 집의 복도와 문, 방과 같은 공간을 하나의 연속된 건축으로 재구성했다. 이 작품 안을 지나가 보면 집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고 재구성되는 관계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MMCA 스튜디오 공간도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이곳에서는 옷으로 된 작품들이 많은데, 이는 오랫동안 작가가 관심을 가져온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 몸을 감싸는 제일 작고 은밀한 이동공간인 옷이 확장된 개념이 건축이라는 서도호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사랑의 기억(레코드 협업)’은 가족의 옷에서 떼어낸 주머니를 달고 그 안에 가족과 관련된 사물을 담은 작품이다. 가족이지만 각자가 가진 독립성 사이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 재킷을 입고 눈물을 훔쳤던 서도호 작가의 깊은 마음까지도 전달된다.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도호 작가의 작품을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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